Berlin – Hauptstadt der Bücher
독일의 교보문고 격인 Dussmann에 가서 새 책들을 구경하는 것도 Pro qm이나 Do you read me 혹은 Motto에 가서 요즘 나오는 독립출판물 혹은 예술 관련 책들을 보는 것도 좋지만, 중고서점이나 장터 곳곳의 중고책들을 보는걸 가장 즐겨한다. 베를린 어느 장터에 가나 중고책들을 파는 매대가 있다. 그럼 노란색이나 알록달록한 책들 앞으로 가서 표지를 확인하며 끝에 있는 책까지 넘긴다. 노란 책은 제목을 확인하는데, 아는 저자가 나오거나 익숙한 이름 그러니까 Gedichte 혹은 Theater 등이 나오면 부제를 읽어 첫번째로 거르고 더 관심이 가는 책들은 목차를 흝어본다. 저자에서 멈춘 경우는 안에까지 흝어보는 경우는 드믈고, 제목을 해석해서 읽고 싶었던 (아직은 소유하고 싶은 책에 불과하지만) 책인지 확인한다. Gedichte나 Texte zur로 시작하는 입문서나 엔솔로지 비슷한 책일 경우에 목차를 확인하는 편이다. 알록달록한 책은 제목을 보긴 대개 알지 못하는 이름뿐이고 표지를 보고 감으로 책을 펼친다. 살 때도 주로 적당한 독일어를 곁든 삽화가 실린 책을 산다.
두 책 모두 처음에는 디자인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작년 여름에부터 알게 된 이 책들은 처음보는 순간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노란 책들은 가뜩이나 작은 내 손보다 작은데 표지에는 저자, 제목, 부제 한 줄 긋고 Reclam이라고 적혀있다. 때때로 그 아래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갈 때도 있다. 시각적인 디자인 구성만큼이나 물질적 구성 또한 미니멀함의 극단이다. 스치듯 지나가는 가벼운 괭지 그리고 읽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만 최대한 줄인 글씨 크기와 줄 간격. 사실 맞기는 하다. 여기 있는 적힌 내용들에 뭘 더 더하겠는가. 정신사납게 화려한 표지디자인이나 거추장스러운 구성 대신 여기 적힌 내용들을 정갈하게 읽어내려가면 된다. 그렇다고 지루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듣기만 했던 책과 처음 만나 내 손으로 한장한장 넘길 때의 기분을 이 샛노랑 색의 표지가 대변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시리즈는 말끔하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변주를 줄주 아는데, 기본 색인 노랑색만큼이나 잘빠진 빨강 표지 책은 원어로 쓰여있고 스터디 가이드 역학을 책은 파랑색은 식이다. 때때로 이벤트도 준비할 줄도 안다. 이북 책을 소개할 때는 아날로그의 기본인 노랑색과 이북임을 나타내는 하늘색을 섞기도 한다. 한번은 빨간색에 대한 책 비슷한 제목으로 빨간 색에 대한 시들을 모아 빨간 색 글자로 출간한 책을 본적도 있었다. 알록달록 한 책은 대개 하나의 패턴을 갖고 있다. 과하게 화려하다고 생각될 때는 드믈고, 주로 모자이크나 적당한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통일 이전 독일을 다룬 영상에서 보던 벽지의 축소판이다. 물론 노란 책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은 모든 책이 동일하다. 단지 그 무수한 책들이 제각기 다른 패턴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둘 모두 대형서점에서는 한 자리 씩 꿰차고 있고 중고매대에도 같은 제목 없는 책들이 서로 다른 책들이 놓여있을만큼 많다. 물론 세상에 책이야 많겠지만 단하나의 시리즈로 이렇게 많은 책들이 오래 전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노란 책은 Reclam 출판사의 Universal-Biliothek 시리즈이고, 패턴이 있는 책은 Suhrkamp 출판사의 Insel bücherei 시리즈로, 둘 모두 독일에서 오래 전부터 제 자리를 지켜온 출판사들이다. Universal-Biliothek이 오늘날 Reclam을 대표하게 된 것만큼이나, Reclam은 Universal-Biliothek와 함께 본격적으로 출판을 시작하였다. 그목표는 지금 내가 덕을 보고 있는것과 같이 서양의 고전문학작품들을 싼 가격으로 보급하는 거였다. 두께에 따라서 다른데 아직도 2.50유로에서 12유로 정도면 살 수 있다. 싼 가격에는 미니멀한 구성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저작권에서 자유롭다는게 큰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1837년 프로이센에서 ‚학술 및 예술 작품의 출판 및 복제에 대한 저작권자의 보호’라는 법률을 제정했고, 그 법률에 따르면 1837년 이전 사망한 작가들의 저작권은 30년 후인 1867년 만료되었다. 이 만료를 기다리며 준비해온 Reclam 출판사는 1867년 괴테의 <파우스트> 제 1부와 제 2부를 시작으로 3일만에 40여권을 출간했고, 1943년에 7600번째 책을 낼 정도로 계속해서 성장했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영국 ‚펭귄북스’마저도 Reclam의 모습을 보고 1936년 문고본을 시작했다.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목록을 보고 싶었지만 그건 찾지 못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최근 에디션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 롤리타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왜 도시 베를린을 안내하는 책을 썼나 의아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베를린에서 살다가 2차세계 대전 중 뉴욕으로 망명했다고 한다. 인생의 꽤나 긴 시간을 베를린에서 산 셈이다.
수업 중 종종 시나 소설 발췌를 다루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학원 수업이다 보니 욕구를 채우기는 어렵다. 수업은 교재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나 기본적인 문법과 단어 설명이 있고 이후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대화 위주로 진행된다. 이 점이 싫다는 한국인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문법같은건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고 텍스트도 책으로 따로 읽으면 되니 대화 시간이 많은게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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